선생님, 힘내세요! by sebin

대량의 전교조 해직 사건을 겪은 89년에 나는 아직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2학년이었고 내 주변엔 이유없이 가정방문을 하고 이유없이 국민체조 자세가 불량하다고 화를 내며 분풀이를 하며 아이들에게 교사용 참고서를 주며 수업을 시키던 그런 사람들밖엔 없었다. 경기도 연천 촌구석의 우리 학교는 평화로웠다.

90년 5월에 내 인생에 잊혀지지 않을 선생님 한 분이 그만두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대성통곡했다는 것, 모두가 그 선생님을 좋아했다는 것, 그 선생님이 조회 시간에 작별인사를 마치고 내려오실 때 모두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는 것, 우리는 새 선생님을 맞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 그 선생님이 그렇게 떠나던 그 날 바로 새 선생님과 수업을 해야 했다는 것, 그 선생님이 우리가 우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혀 했다는 것, 그 선생님 앞에서 우리의 첫 부탁이 스승의 은혜를 딱 한번만 더 부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는 게 기억난다. 새로 오신 선생님 앞에서 그날 우리는 가신 선생님을 생각하며 울면서 스승의 은혜를 불렀다. 고작 3개월을 만난 선생님이었지만 그분이 "정말 선생님"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선생님이 왜 갑자기 전혀 평범하지 않게 학교를 그만두셔야 했는지는 모른다. 그 결정과 통고가 아주 갑작스러웠다는 것, 학생들은 전혀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 고작 열살짜리 아이들에게도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다는 것만이 기억난다. 90년 초의 일이었으니 전교조 사건과 관계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하지만, 89년 후반기에 이미 크게 벌어진 일이 90년 5월까지 질질 끈다는 것도 이상하고, 어쩌면 그 분은 그냥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두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당시 학생이던 내가 납득할 수 없었다는 것. 어째서 우리가 학기 중반에 갑자기 너무나 존경해 마지 않는 선생님을 잃어야 하는가? 새 선생님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린 적어도 그 학기 내내는 새 담임을 담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글루스에 올라온 은 볼 용기가 났지만 영상은 차마 볼 수 없어서 꺼 버렸다. 그걸 보면, 어쩌면 그때가 생각나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왜 이 정부는 계속해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 가는가? 이미 분노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금 상처를 안기는가? 왜 진정한 사람들은 지금 수난받는가? 그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 위해, 다시 몇 년을 또 싸워야 하는가?


나는 오늘 또 내 인생의 선생님 일곱명을 잃었다.
스승의 노래를 한번만 더 부르게 해 달라고 새 교육감 앞에서 울어도 선생님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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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urtle 2008/12/19 15:10 # 답글

    아 영상을 앞부분 10초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줄줄 흘러서 그만 꺼버렸어요.

    정말 한국의 교육계란...
  • sebin 2008/12/20 19:02 #

    너무너무 우울해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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