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자마자 향수.
by sebin
쨔잉뚱 근처의 소수민족 마을

이름도 이상한 그 짜잉뚱에서,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마을을 돌아다니다 수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 할아버지와 오토바이를 타고 흙길을 달리며 갔었던 그 소수민족 마을. 사실 그 근방엔 버마인보다 소수민족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난 사실 잘 구분도 안 되지만... 할아버지는 배에 링을 감는 민족이라고 소개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배에 둘렀다는 링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
 
할머니는 빈랑(betel)을 오래 씹어 이빨이 까맣게 되셨다.
오토바이를 태워줬던 할아버지는, 이 가족은 다 좋은데 빈랑 씹는 게 좀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작 나는 빈랑 씹는 거나 담배 피우는 거나 뭐가 다를까 생각했지만.

1층은 닭과 돼지가 뛰노는 나무집. 2층에 앉아, 나이든 할머니가 천을 짜 롱지를 만들고, 할아버지는 처연하게 악기를 켜고, 똑부러지는 딸은 바나나와 싸구려 차, 그리고 은팔찌를 권하던 그곳. 그리고 한 살이 되었을까 할 아이. 엉덩이 붙이고 앉기가 무섭게,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차마 들어오진 못하고 1층에서 고개를 올려 들고 뭐가 그리 신기한지 나를 계속 쳐다보던 곳. 내가 인사하면 꼬마들은 까르르 웃고 수줍은 듯 도망치고, 아저씨 아줌마들은 수줍게 웃으며 함께 인사하던 곳.

카메라가 무섭지도 않은 깜찍한 여자아이.

할아버지가 풍악을 울리자 할머니는 베틀에서 내려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나는 내 바로 옆에서 나를 위해 울려 퍼지는 음악에 몸둘 바를 몰랐다.
왜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기쁘게 즐길 수 없었을까.
아마 내가 너무 많은 걸 생각했겠지.



교통도 불편하고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말에, 외지인이 일주일에 한명은 올까말까한, 내가 갔을 때에는 조류독감 소식까지 돌아 거의 아무도 없었던 그곳. 하지만 내가 다시 동남아쪽으로 다시 여행할 일이 있다면, 꼭 들르고 싶은 곳은 방콕도 치앙마이도 아니고 이쪽. 가는 길은 복잡하고 힘들고 불편하지만, 그래서인지 훨씬 더 기억이 남는다.

돼지가 귀여워서 찍고 보니, 여기저기서 그런 날 바라보고 있었다.



by sebin | 2008/04/12 20:33 | 길 위의 인생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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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가볼래 닷컴 at 2008/07/26 21:29

제목 : 짜잉뚱 두번째 이야기 : 평화로움속에 감추어진 이면..
짜잉뚱에서 하루가 밝았지만 인터넷도 안되고 가져온 컴퓨터도 없는데다 TV는 미얀마,태국 불교와 외계어(중국어)로 씨부리는 방송밖에 안나오니 호텔룸에 박혀 늑장부리기도 어려워 졌습니다.이럴바엔 차라리 밖에 나가 사람 구경하는게 100배는 낫겟다 싶어, 사람구경도 할겸 외국인 여행자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품고 시내를 배회하기로 결정하고 호텔에서 얻은 허접한 지도 한장과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얼마전 조그마한 재래시장에서......more

Commented by Mr.DJ at 2008/07/26 21:29
소수민족 마을까지 다녀오셨군요~ 저도 가려고 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패스했는데..^^
Commented by sebin at 2008/07/26 23:38
짜잉뚱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원래 크게 생각은 없었는데 지나가다 엄청 유쾌한 할아버지가 실비만 받겠다고 권해서 오토바이타고 10달러에 다녀오게 됐어요. 그러고나선 어쩌다보니 그 할아버지 딸래미가 됐네요. ㅎㅎ 나중에 기회 되시면 한번 더 들러 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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