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으로 가는 하늘 타이완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출발하기 바로 전날과 당일날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막 마쳤을 때가 아닌가 싶다. 북한과 바다에 가로막혀 '해외'로 나가야만 국외여행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자라설까, 여긴 기차를 타고도, 버스를 타고도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나라인데도 어쩐지 공항에 나가야만 진정한 '해외'여행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에 도착, 슁 하고 날아가는 비행기들을 보며, 한 시간만 기다리면 내 비행기도 저렇게 슁하고 날아가겠지 싶어서 가슴이 뛰었다.

중화항공(China airlines) 티켓은 왠지 아시아나 티켓 느낌을 닮았다. 실제로는 타이완의 제1국적기니까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비교해야 맞겠지만, 회색의 긴 띠는 영락없는 아시아나 항공의 티켓을 떠올리게 한다. 간결한 디자인이지만 꽤 예쁘다.

이번에는 전자티켓을 끊은 덕분에 인터넷으로 미리 자리를 지정할 수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2층의 비즈니스석이 하나 남아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1층 앞자리에 앉으려던 계획을 취소, 하나 남은 비즈니스석을 골랐다. 행운!

B747은 예전에 서울에서 상하이로 가던 대한항공을 탈 때도 한번 올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나에게 보딩패스를 끊어 주던 친절한 아저씨(오빠?)가 별다른 말도 없이 2층 자리를 주었었다. 그땐 비행기 좌석 배치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비행기에 들어갈 때까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난데없는 2층행에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내가 직접 비즈니스석을 고르게 되다니!

아마 한두시간 비행인데다 747의 구조상 비즈니스석이 2층에 있어서 쉽게 주는 건진 몰라도, 매번 747을 탈 때마다 2층에 타게 되니 747이 좌석 승급에 후하다는 느낌이 든다. 중국 국내선을 주로 타다 보니 작은 비행기를 많이 타게 돼서 원래는 덩치 커다랗고 사람 바글바글한 비행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747은 왠지 마음에 든다. 왠지 쾌적한 것 같기도 하고.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747-400, 곧 타이완을 만나러 갑니다.

엄청 촌스러운 짓이라는 건 알지만, 비즈니스석에 탄 김에 사진도 좀 찍어 보았다. 춘지에를 막 지나서인지, 거꾸로 붙은 福자가 반갑다. 좌석 공간은 정말 넓어서, 짧은 다리를 뻗어 봐도 앞 좌석에 닿지 않는다. AVOD를 위한 모니터는 팔걸이에서 꺼내게 되어 있다. 돌아올 때에는 평범한 이코노미석에 앉아 앞좌석에 붙은 모니터를 갖고 열심히 장기를 두었지만, 갈 때는 왠지 비즈니스석의 경건한 분위기에 압도되어(-_-?) 그냥 주는 밥만 먹었다. 그래봐야 한시간 15분.



그리고 비행의 꽃인 기내식. 원래 이것도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해 두려고 했는데, 홍콩-타이페이 비행은 초단거리라서 그런지 주문이 안된다고 해서 그만두었다. 나중에 보니 전화로 주문하면 되는 모양이었는데, 이날 나온 딤썸은 꽤 괜찮았다.

그래도 비즈니스석 음식 치고는 생각보다 단촐해서, 난 속으로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나같이 이코노미에서 승급된 손님인가? 그래서 음식도 이코노미로 주는건가?'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이 "중화항공 기내식 완전 맛없었어요!"할 때 혼자 "내가 먹은 딤썸은 꽤 괜찮았는데요? 간단하지만 맛있었어요~"했었는데, 나중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코노미 클래스 음식을 먹어 보고서야 알았다. '아, 그때 그게 비즈니스 클래스용 기내식이었구나. -_-' 그런 거라면 기내식, 정말 너무 단촐하다. -_-;




비교를 위한 사진.......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채식 매뉴를 주문한 덕에 엄청 맛있게 생긴 볶음밥에 과일까지 딸린 걸 먹고 있었는데, 딤썸을 예상했던 나는 -_-; 오뎅과 무에 맛없는 소스를 올린 이상한 기내식을 우적우적 씹어야 했다. 게다가 음료도 커피랑 차밖에 없고.





게다가 자리도 엄청 좁고. (이건 B340이었지만)

그래도 아무튼 비행기는 편안하고 쾌적하면서도 아주 빨리도 나를 타이페이 공항으로 데려다 주었다. 타이페이 날씨는 항상 그렇듯 흐렸지만, 그래도 이번엔 전처럼 밤 12시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으므로, 흐리멍덩한 하늘이라도 볼 수 있었다. 전에 왔을 때는 중정공항이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도착하니 타오위엔공항이 되어 버렸다. (난 새 이름이 더 좋다)

타오위엔현(桃源县)의 모습

아, 정말 도착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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